호접란은 국내에서 가장 많이 유통되는 서양란 중 하나로, 승진, 개업, 기념식 등 다양한 자리에서 축하 선물로 인기 있습니다. 그러나 꽃이 시들면서 아름다움을 잃고, 적절한 관리가 이뤄지지 않아 많이 버려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호접란은 특징만 이해한다면 의외로 쉽게 키울 수 있는 식물입니다. 이 글에서는 호접란의 구조적이 특징, 물 주는 요령, 관리 방법을 소개하겠습니다.
호접란 구조
꽃
한 개의 꽃대에서 10송이 이상의 꽃이 달리면 최상품의 호접란으로 봅니다. 꽃의 수명은 2~3개월이며 환경이 좋은 장소에서는 4개월까지도 꽃을 볼 수 있습니다. 꽃은 공기가 건조할 때 수명이 급속히 줄어들기 때문에 꽃이 핀 경우에는 공중 습도를 40~50% 정도 유지해 줍니다. 공중 습도를 높이기 위해 잎이 자주 분무하는 것도 좋지만 꽃에 물방울이 튀면 금방 시들거나 곰팡이가 피기 때문에 꽃 주변에는 분무기를 뿌리지 않습니다.
꽃대
호접란은 특정한 온도와 일교차가 반복되는 환경에서 꽃대를 올립니다. 새싹이 벌브 속에서 잠아 형태로 존재하다가 긴 꽃대로 성장합니다. 꽃대에는 새 촉이 나오는 마디가 존재합니다. 이 마디에서 꽃이 피거나 새 꽃대가 성장합니다. 꽃이 모두 시들면 벌브에 붙어있는 꽃대를 잘라주어 잎과 뿌리의 생장에 집중해 줍니다.
잎
잎은 광합성을 통해 당을 생성하며, 기공을 통해 호흡하고 수분을 증발시킵니다. 기공에 세균이 침입하면 식물이 해를 입기 때문에 잎의 먼지를 자주 닦아주고 물을 줄 때 흙이 잎에 튀지 않도록 주의합니다.
벌브
뿌리에서 흡수한 양분과 수분은 벌브를 지나 잎으로 보내집니다. 또한, 잎에서 생산한 당과 식물 호르몬은 벌브를 지나 뿌리로 보내집니다. 이렇게 벌브는 양분과 수분이 지나는 통로이며 저장고 역할을 합니다. 야생에서 나무에 착생해서 살아가는 난은 비가 오지 않아도 일정기간 생존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는 양분과 수분을 저장할 수 있는 벌브가 발달해 있기 때문입니다.
뿌리
뿌리는 중심부부터 중심뿌리, 내피, 외피, 표피, 밸라민층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중심뿌리에서는 잎으로 양분과 수분을 이동시키며 내피, 외피, 표피는 내부층의 세포를 보호하는 역할을 합니다. 가장 외부의 밸라민층은 죽은 세포가 모여 이루어진 조직으로 물을 흡수하고 저장하는 기능을 합니다. 이렇게 죽은 세포로 이루어진 조직은 과습에 약하며 가장 썩기 쉬운 부위입니다.
밸라민층의 두꺼운 외벽은 중심뿌리가 호흡하는데 어려움을 줍니다. 그래서 난의 뿌리는 숨을 쉬기 위해 화분 위로 나오기도 합니다. 일반 식물의 뿌리가 땅 속으로 파고드는 특징을 가진 반면 밸라민 층이 있는 난초의 뿌리는 물과 공기를 향해 뻗어나가는 특징이 있습니다. 이러한 특징을 고려하면 난은 공기가 잘 통하는 배양토에서 키우는 것이 좋습니다.
호접란 물 주는 요령
1. 바크와 수태 물 주기
호접란은 보통 바크나 수태에 심거나 바크와 난석을 혼합해 화분을 구성합니다. 겉 표면에서 2~3cm 깊이의 수태나 바크가 마를 때 물을 충분히 주며 물이 마르는 기간이 일주일 정도면 키우기 좋은 환경입니다. 수태의 경우 물마름이 더디며 바크는 상대적으로 빠른 편입니다. 그래서 바크에 심은 호접란에 물을 더 자주 줍니다.
2. 저면관수
화분 위에서 조리개로 물을 주면 뿌리에 고르게 수분이 닿지 않습니다. 대야에 물을 받아 30분 정도 두면 염소 성분도 제거되고 물 온도도 상온과 비슷해집니다. 이때 5분간 화분을 대야에 담가두면 뿌리와 흙 전체를 충분히 적실 수 있습니다.
3. 습도 관리
습도는 두 가지 환경을 나누어 생각해야 합니다. 잎에 영향을 주는 공중습도와 뿌리가 살아가는 화분 속 습도입니다. 공중습도는 60% 정도 유지해 주며 꽃이 핀 경우에만 50% 이하로 관리합니다. 화분 속 습도는 물마름과 물흡수가 규칙적으로 이루어져야 뿌리가 과습에 걸리지 않습니다.
4. 물 주기 주의사항
- 꽃에 물이 튀면 꽃에 곰팡이가 피거나 시들기 때문에 주의합니다.
- 겨울철에는 가장 따뜻한 시간대에 월 1회 물을 줍니다.
- 호접란 뿌리는 물을 저장하는 기능이 있기 때문에 수분이 과하면 썩기 쉽습니다. 건조한 날씨에는 잎에 자주 분무하되 뿌리가 있는 흙에는 물을 자주 주지 않습니다. 뿌리가 있는 공간은 수분이 마르고 채워지는 과정이 주기적으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 수태가 너무 건조하면 물을 흡수하지 못합니다. 이때는 저면관수로 10~20분간 수태를 충분히 적셔줍니다.
화분 관리방법
수태
농장에서 비닐 포트에 든 호접란을 구매한 경우 비닐 포트에서 꺼내지 않고 그대로 도자기나 플랜트 커버에 넣어서 키워도 됩니다. 도자기는 기존 비닐 포트보다 크기가 약간 더 크고 배수 구멍이 없는 화분이 좋습니다. 배수 구멍이 없는 화분은 저면관수로 물 주기가 가능합니다.
농장에서 난초와 함께 가져온 수태 사용기간은 1년 정도이며 질이 좋은 뉴질랜드, 칠레산 수태는 2년 정도 됩니다. 수태는 오래 사용하면 썩기 시작하기 때문에 사용 기간이 지난 수태는 뿌리가 상하기 전에 교체해 줍니다.
수태: 물을 흡수해 식물에 수분을 공급하는 물이끼입니다. 항균능력을 보유하고 있어 뿌리에 병원균의 침입을 억제합니다. 뉴질랜드, 칠레산 수태는 최상품으로 알려져 있으며 다른 수태에 비해 굵고 길이가 깁니다.
바크
선물로 보내지는 호접란은 대부분 바크에 심어져 있고 바크 위에 장식용 자갈을 올려둡니다. 선물 받은 후에는 장식용 자갈을 제거해서 물마름이 좋게 만들어줍니다. 바크의 수명은 3년 정도 되며 분갈이할 때 바크를 교체해 줍니다. 이때 바크에 난석을 섞어주면 과습으로 뿌리가 썩는 것을 예방하고 통기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바크: 소나무, 전나무 등의 껍질을 고온에 쪄서 병해충을 제거하고 발효시킨 토양입니다. 영양분은 없으나 배수 기능과 통기성이 좋으며 수분과 비료를 흡수하는 능력이 있습니다.
수경재배
호접란은 물에 적응하는 과정만 잘 거치면 물에서도 건강하게 자라는 식물입니다. 또한 물이 있는 화분은 난초 주변의 습도를 유지시켜 주기 때문에 건조하지 않게 관리됩니다.
수경재배를 하기 위해서는 호접란 높이에 맞는 유리병만 준비하면 됩니다. 뿌리에 붙은 수태와 불순물을 모두 털어 낸 후 물병에 담가줍니다. 이때 호접란 뿌리를 물에 모두 잠기게 두면 물속 용존 산소로는 뿌리 호흡에 부족함을 느끼기 때문에 뿌리가 절반만 잠기게 물을 넣습니다. 물이 줄어들어 뿌리가 건조해지고 다시 물을 보충하여 수분을 보충해 주는 과정을 반복해 주어야 건강하게 자랄 수 있습니다.
호접란 뿌리는 가느다란 중심뿌리와 이 뿌리를 감싸는 도톰한 밸라민층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수경재배 초기에는 잎이 누렇게 변하거나 수분을 저장하던 밸라민층이 검게 썩어가는 현상을 보이지만 내부의 중심뿌리는 물에 적응해 나갑니다. 그리고 물에 완벽히 적응한 호접란은 물속에서 새로운 뿌리를 보여줍니다.
호접란 키우기
키우는 환경
호접란은 고온다습한 열대지역에서 나무나 바위에 착생하여 살아가는 식물입니다. 공기가 습하고 통풍이 좋은 환경을 좋아합니다.
햇빛
직사광선이 닿지 않는 밝은 그늘(반음지)에서 키웁니다. 창문 주변의 은은한 햇빛이 비추고 바람이 드는 장소가 좋습니다. 빛이 강한 곳에서는 잎이 노랗게 변하며 꽃이 빨리 집니다.
온도
17°C ~27°C (최저 13°C)에서 생육하기 좋으며 에어컨이나 온풍기의 바람은 닿지 않도록 합니다. 봄과 가을에는 서늘한 베란다에서 키우며 늦가을 밤온도가 13°C 이하로 떨어지기 시작하면 거실로 들여야 합니다.
습도
지나친 공중습도와 건조함을 피해 줍니다. 건조한 실내에서는 잎에 자주 분무하거나 가습기로 공중 습도를 60% 가까이 올려줍니다.
분갈이
일반 식물은 뿌리가 배수구멍으로 나오면 분갈이 시기가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러나 호접란은 뿌리가 화분 위로 뻗어 나와도 분갈이를 3년 정도 할 필요가 없습니다. 하지만 수태에 식재한 경우, 수분이 많은 수태는 뿌리와 함께 썩을 수 있기 때문에 수태의 수명(1~2년)에 따라 수태를 교체해 줄 필요가 있습니다. 분갈이, 흙갈이는 봄이나 가을에 해줍니다. 분갈이할 때 너무 큰 화분에 옮기면 과습이 오기 쉽기 때문에 뿌리 크기와 비슷한 화분에 심어줍니다.
비료
난초는 성장이 느리기 때문에 비료가 많이 필요한 식물은 아닙니다. 하지만 잎과 뿌리의 성장이 필요하다고 느껴지면 봄과 가을에 액체비료는 희석하여 2주 간격으로 주며 겨울에는 비료를 주지 않습니다.
수태는 비료성분을 잘 흡수해 염분이 농축되는 경향이 있으며 바크는 비료성분이 잘 씻겨 내려가는 특징이 있습니다. 그래서 수태에서는 과시비를 주의하며, 바크에서는 뿌리가 고르게 비료를 흡수할 수 있도록 합니다.
꽃이 진 후에는 잎의 생장을 위해 질소비료를 사용하며 꽃대가 형성된 후에는 꽃을 풍성하게 피우기 위해 인산과 칼리 비율이 높은 비료를 사용합니다. 이후 꽃이 피는 기간에는 비료를 주지 않습니다. 비료 3대 성분은 NPK로 N(질소), P(인산), K(칼리) 비율이 제품 설명서에 표기되어 있습니다. 비료 성분비를 통해 사용할 비료를 확인하고 사용합니다. 액체비료는 물 주는 시기에 물에 2000배 이상 희석하여 2~4주 간격으로 관수합니다.
꽃 피는 시기
일반 가정에서 잘 관리하면 일 년에 두 번 꽃을 볼 수 있습니다. 낮 온도 24~28°C, 밤 온도 15~18°C로 일교차가 10°C 정도 되는 장소에서 한 달간 키우면 잎 사이에서 꽃눈이 생깁니다. 9월 중순에서 10월 사이, 3월 중순에서 4월 사이의 실외 온도에서 앞서 말씀드린 일교차가 나타납니다. 이 기간에는 호접란을 거실이나 침실에 두지 마시고 실외 온도와 비슷한 창가나 베란다에서 키우시면 됩니다. 그러면 10월 말, 4월 말에 잎 사이에서 새 꽃대가 올라오는 것을 볼 수 있으며 두 달 후에 꽃을 볼 수 있습니다.
난은 수분을 저장하는 기관이 두 곳이 있기 때문에 한 달 정도 물을 주지 않으면 생육에 지장을 줄 수는 있어도 죽지 않을 정도로 생명력이 강합니다. 그래서 물을 잘 말리고 잘 흡수하도록 하여 뿌리가 건강하게 성장하도록 환경을 조성해 줍니다.
난 뿌리는 겉으로 보기에 많아 보입니다. 하지만 두터운 밸라민층을 제외하고 중심뿌리만 놓고 보면 식물 크기에 비해 뿌리의 수와 세력이 적습니다. 그래서 뿌리가 무성하게 자라도록 하는 것이 호접란을 건강하게 지키는 방법입니다. 또한, 뿌리 끝부분의 생장점을 다치면 성장이 불가하니 다치지 않도록 주의해서 관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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